[초사고 글쓰기 챌린지 - 2일 차, 과거의 기억]
가장 기억에 남는 어린시절 기억이 있나요?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순간과
그 기억이 나에게 준 영향이 무엇인가요?
유치원 때였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에서는 생일 달이 오면 그 달에 생일이 있는 아이들 모두 왕관을 쓰고 학부모와 무대에 올라와서 장기자랑과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마침 나의 생일 달이라 나는 다른 생일 달의 애들과 왕관을 쓰고 무대에 올라와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들떠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지금의 나와는 달리 무대 공포심이 전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차례대로 생일 아이들은 모두 각자 연습했던 노래를 부르고 자신만의 장래희망을 발표했다.
그러고 나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차례. 그때 당시의 나는 남에게 나의 끼를 보여주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준비한 노래를 후회 없이 멋있게 부르고 나니 선생님이 나에게 물어봤다.
"우리 친구는 자라서 뭐가 되고 싶어요?"
앞서서 발표했던 친구들의 장래희망은 선생님, 소방관아저씨 등등 너무 추상적이고 마음에 와닿지 않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 짧은 인생을 살면서 가장 가깝게 지내고 뼛속까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대답을 당당하게 했다.
"저는 자라서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러자 관객석에서 울려터지는 웃음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 또래아이들의 놀림.. "바보 아냐?", "멍청이".
그 이유는 나는 아빠가 될 수 있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
웃음소리와 친구들의 놀림은 나를 점점 위축시키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숨어버리고 싶었다.
질문을 물어본 선생님은 나의 대답에 당황하셨고 (분명 '왜 이 녀석이랑 리허설을 하지 않았지'라는 자책을 하시지 않았을까) 다시 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어, 여자아이는 아빠가 될 수 없어요~ 다시~ 뭐가 되고 싶어요?"
"어.. 아빠요.."
항상 저녁 늦게 퇴근하시고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시고 사랑을 아낌없이 주셨던 아빠. 키도 크시고 잘생기고 너무나도 든든했던 아빠가 되고 싶어서 나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당황한 채 옆에 있던 엄마에게 아빠의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아~우리 친구는 아빠가 아니라 아빠 같은 의사 과학자가 되고 싶은 거구나~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다시 대답하세요~"
"어.. 저는..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급 마무리 된 나의 생일 무대.
이 생일무대에서 나에게 남겨준 것은 내 생각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 무대공포증, 그리고 어른이 결정해 준 나의 장래희망이었다.
내가 그 어린 시절에 자의식이 좀 더 강했더라면 "내가 과연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은 걸까? 내가 진심으로 자라서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서, 그리고 똘똘하지 못해서 나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고 믿었기 때문에 곧바로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나이가 들어서도 나를 쫓아왔던 그 장래희망.
누가 봐도 공부와는 담을 쌓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예술감각이 뛰어났던 나는 되고 싶은 게 의사과학자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지만 집안 어르신들은 나를 위해 내 미래를 결정해주시고는 했다.
대학교 4학년까지 그 장래희망을 가지고 공부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이 길은 나의 삶이 아니었기에 나는 울면서 어른들에게 나는 다른 길로 가야겠다고 처음으로 내 생각을 입 밖으로 내놓으며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갈길을 가기로 선택을 하고 나의 삶을 새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난 나를 위한 결정을 하는데 아직까지도 어려워하고 있다.
회사에서 점심 무엇을 먹으러 갈까 하며 나한테 결정하라고 하면 난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힘들어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결정장애 때문에 난 종종 이 어린 시절 기억을 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때 당시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한다.
만약 그 선생님이 내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 대답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서
"아~ 아빠처럼 기댈 수 있고 멋있고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구나~"
라고 했으면 난 내 생각과 대답에 부끄럼 없이 떳떳했을 테고 분명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무대에 대한 공포증도 없었겠지.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 그리고 누구를 탓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 오늘 나의 현실.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나의 방향이 옳은 것인지 결정을 하는데에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결정장애와 취약한 판단력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지금 글쓰기를 하면서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뇌를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살이 넘어서 결정장애가 있다는 것은 분명 어느 클루지 형태로 남아 계속 반복되는 삶이 계속되는 것 일다.
내가 언제까지나 지금 가지고 있는 결정장애를 어린 시절의 어른들 탓을 계속하면 내가 바보가 아닐까?
의사결정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많았지만 난 항상 관성에 의해 제자리에서 계속 "난 결정장애가 있어"라고 스스로 한테 말해서는 내가 발전할 수가 없다.
옛날의 기억을 토대로 나는 이 부분에서 더 발전해야지 하는 목표로 나의 뇌를 훈련시켜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되도록 하자.
'Brain Tr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업부트캠프300 선행 과정 - 블로그 챌린지 #3 (0) | 2024.02.24 |
---|---|
창업부트캠프300 선행 과정 - 블로그 챌린지 #2 (1) | 2024.02.23 |
창업부트캠프300 선행과정 - 블로그 챌린지 #1 (0) | 2024.02.22 |
18년전에 내가 이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1) | 2023.03.29 |
결핍의식이 없어 나의 삶이 허무해졌다. (2) | 2023.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