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 수술 전날 글 및 수술설명과 주의사항을 읽고 싶으면 여기 참고!
[축농증 수술 솔직 후기 1편] - 수술전날입원, 준비물, 수술 설명 및 주의사항 솔직 기록 (쓸데없
30대가 되어 드디어 수술결정을 하게 된 이유 초등학생 때부터 나를 괴롭혀왔던 축농증. 이비인후과를 거의 맨날 방문했던 그때부터 나의 코 구조가 꽉 막힌 지하실 같으므로 수술해야 나을 수
train-n-gain.tistory.com
수술 당일 아침
꿀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헬스장에서 "마지막"으로 하체 털었던 게 슬슬 느껴진다. 뻐근해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습관처럼 5시에 눈이 떠져 그냥 시간 보내고 있는데 새벽 6시부터 찾아온 간호사님. 이때부터 링거를 꽂아 주시면서 항셍제를 넣어주셨는데 간호사님이 "주삿바늘이 다른 것보다 많이 커서 좀 욱신거릴 거예요~" 이러시는데 평소에 바늘통증은 잘 참는데 이것은 역시 많이 아팠다 ㅠㅠ 처음 느껴보는 통증.

이때의 혈압은: 110/70
그리고 8시까지 수술대기실로 오라고 하셨다.
링거를 차고 있으니 생각보다 많이 불편해진 나의 움직임. 그리고 내 팔에 있는 바늘이 괜히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려 신경이 많이 쓰였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너무 성가시게 되었다. 그래도 수술 들어가기 전에 넘버원 넘버투 다 해결했다. 걱정 두 개 덜어냈다.
8시가 왔다. 수술대기실 들어가기 전 상의속옷 벗고 병원옷만 입은 채 귀걸이, 팔찌, 머리끈 등등 다 빼고 머리에 망을 쓴 후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간호사가 수술실로 내가 누워있는 침대를 끌고 가는데 항상 영화나 드라마에 보이는 빠르게 지내가는 병원 천장 신을 내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괜히 긴장돼서 어제 벤치 할 때 배운 전거근 잡은 연습을 누운 상태로 했다. 그리고 수술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헬스장 복귀를 생각했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다.

생각보다 추웠던 수술실
수술실 층으로 도착했을 때 느꼈던 점은 다른 병원에 있는 방보다 많이 추웠다는 점. 수술실로 들어갔을 때 나 스스로 차가운 초록색 수술대 위로 어기적 올라가 옮겨 누웠어야 하는데 그때 났던 내 생각은 '아.. 나는 어차피 의식이 없는 상태이지만 수술 내내 내 몸뚱이가 추위에 벌벌 떨면서 두세 시간 동안 견뎌야 하는 건가?' 하면서 괜한 걱정 했다. 그러자 바로 따뜻하게 데워준 담요를 내 다리 쪽으로 덮여주신 교수님.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셨나 보다.
내 머리 위로 보이는 분주하게 준비 중이신 교수님들. 내 이마에 따가운 밴드(마취심도평가를 위해) 붙이고 또 가슴에도 심전도감시를 위한 것을 붙이셨다. 그리고 한분은 내 입 위로 산소마스크를 올려주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자, 이제 마취제 들어갑니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한 3초 후 온몸이 무거워지는 게 바로 느껴졌다.
나의 첫 전신마취 경험
그러다 의식을 잠시 잃었다가 눈을 뜬 기억이 있는데 보니 선생님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어? 내 폐가 안 움직이는데? 폐 숨이 안 들어오는데?? 나의 폐가 멈춰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갑자기 패닉모드. 나는 당장 손을 흔들면서 "교수님! 제 폐가 숨을 안 쉬어요! "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는데 손은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다리도 얼어있고 목소리는 안 나오고 내 눈만 왔다 갔다 하면서 머릿속으로만 몸부림쳤다. 뭐지 이 상황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몸부림쳐..! 교수님께 내 폐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야 해..! 하지만 결국 실패.
'힝.. 어떡해, 폐가 안 움직여 ㅠㅠ 숨 못 셔서 죽는 거 아냐?' 이러면서 눈을 감았더니 내가 지내는 병실에서 눈이 떠지더라.
간호사님이 나에게 "깨어나셨어요~ 고생하셨어요. 지금 혈압 잴게요".
아 다행이다. 살았구나. 수술 끝났구나.
수술 후 천천히 느껴지는 얼굴과 목구멍에 퍼지는 통증 그리고 내 맘대로 안 움직이는 폐
혈압을 재면서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는 동안 느껴지는 것은 타들어가는 듯한 내 목구멍(수술하는 동안 넣었던 숨 쉬는 튜브 때문일 거다) 그리고 꽉 막힌 내 두 콧속. 머릿속이 꽉 차서 띵하게 느껴지는 두통, 축축한 내 목 뒤(나중에 보니 병원 옷 목 쪽에 붉은색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떨릴 정도로 추운 내 몸.

헬스 시작 한 후 항상 열이 많아 더웠던 내 몸은 수술 후 후유증인지 오랜만에 추위를 갑자기 타기 시작했다. 두 손 두 발이 꽁꽁 언 상태였고 나는 이불 세 겹을 덮고 있었지만 더 부탁할 정도로 너무 추워했다. 하지만 간호사님은 너무 더우면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가볍게 덮고 있는 게 좋을 거라고 이불 하나를 내 위에서 치우셨다.
그리고 이때 내 혈압은 150/100. 헉. 고혈압인데? 내가 살면서 한 번도 혈압이 이렇게 높은 적이 없었는데?
간호사님은 "수술 중에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서 선생님들이 많이 고생하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지금 혈압이 높은 이유는 아마 많이 아파서 그럴 거예요. 점점 평소대로 돌아올 거예요"라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지금부터 마취가 깨는 동안 2시간 동안은 어떻게든 잠들지 말고 깨어있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깨어있는 동안 금식은 필수. 수술 후 장음이 들려야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폐의 움직임을 집중하면서 심호흡을 깊게 하는 연습을 2시간 동안 집중해서 하라고 하셨다.
하, 근데 아직 마취가 들 깬 상태라 머릿속이 몽롱하고, 콧속이 꽉 차 눈 압력 때문에 눈을 감고 싶었고, 긴장이 풀린 상태라 너무 피곤해서 기절하고 싶은데 2시간 동안 깨어있으라는 말은 마치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일단 친동생이랑 영상통화를 20분 동안하고 내가 수술 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톡 연락을 돌리면서 잠시나마 문자 좀 하고(평일이고 바쁜 친구들을 둔 나는 오래 연락 못했지만 좀 도움은 되었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든 깨어있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어쩌다 한번 정신줄을 놓아 눈이 스르륵 감겼을 때가 있었는데 마취 기운 때문인지 피곤해서 그런지 온몸이 갑자기 셧다운 하면서 폐는 숨을 쉬지 않고 그냥 침대로 스며들어가면서 온몸이 그대로 정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이 갑자기 차리면서 너무 놀라 화들짝 깊은숨을 들이쉬면서 일어나 버렸다.
와 아주 잠시였지만 무서웠다. 아, 이래서 2시간 동안 심호흡 연습 하면서 잠들지 밀래는 구나. 폐가 제대로 숨을 안 쉬어서 나도 모르게 잠들면 죽을 수도 있겠다. 어우. 무서워.
남은 1시간 동안 숨쉬기 연습.. 30분.. 15분.. 끝!
2시간이 끝남과 동시 간호사님이 오셔서 "방귀 나오셨나요?"라고 물어보셨는데 난 아직 안 나왔다고 하니깐 청진기로 나의 장음을 체크하셨다. 그러고 나서하시는 말씀이 "이제 천천히 물 조금씩 마셔도 괜찮아요~"
와 드디어.. 입이 바싹 마르고 있었는데 너무 반가운 소리였다.
달콤한 물을 홀짝 마신 후 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저녁시간이 되어 간호사님이 저녁식사를 가져다주면서 나는 잠에서 깨게 되었다. 수술 후 식사로 주는 죽과 국을 섞어서 먹고 처방해 준 약을 먹고 진통제와 항셍제를 링거를 통해 넣어주니 또다시 졸음이 몰려와 눈이 감겼다.
이대로 잠들어 8시간 동안 자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간호사님들의 방문과 바이탈 사인(vital sign) 체크 때문에 2시간 이상의 지속되는 잠은 바랄 수 없었다.
아, 생각보다 입원하면 쉴 수가 없구나, 병원은 쉬는 곳이 아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 1 Day
콧속이 솜으로 꽉 막혀 생긴 두통과 빠싹 마른 입속과 함께 잠에서 깨었다.
찝찝한 입속을 느끼면서 얼굴을 찌푸리며 쩝쩝거리고 있을 때 마침 8시 아침밥 대령.
입속에 뭐라도 넣기 전에 링거를 끌고 화장실로 들어가 이 닦고 가글 하는 루틴이 너무 번거로웠다.
입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평소에 많이 먹던 내 몸은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고 아직 딱딱한 것을 먹기 힘들어 국에 밥을 말아 열심히 먹게 된다. 다른 반찬은.. 입에 대기도 씹기도 귀찮았다.
수술한 부위가 여전히 많이 아프다. 냄새는커녕 내가 먹는 게 무슨 맛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오늘 솜을 뺀다는데.. 빨리 빼서 숨을 쉴 수 있게 되면 너무 좋겠다.
그리고 신기한 점 = 물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소변이 자주 마렵다. 아마 링거 수액 때문인 것 같다.
덕분에 얼굴도 많이 붓고 입속 빼고는 온몸이 수분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아침밥 마무리 하고 또 기절.
입원하면서 할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 회사 노트북, 책, 운동용 볼 및 고무줄 등등 별것 다 챙겨 왔는데 심심할 틈 없이 기절만 하고 있다. 수술 후 통증 때문에 멍 때리면서 입으로 간신히 숨쉬기에 너무 바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절한 지 얼마 안 되어 점심밥이 또 와서 점심밥 먹고 바로 솜을 빼러 이비인후과외래로 링거 끌고 갔다. 점심시간 휴식 중이었던 교수님은 흔쾌히 내 콧속에 있던 왕솜을 빼주셨다. 다행히 빼면서 큰 고통은 없었지만 뺀 후 보이는 왕솜은 어떻게 이게 내 콧속 안에 있었지 생각할 만큼 상당히 컸다.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시원한 공기의 흐름.
와!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왠지.. 콧속의 살이 약간 열려있는 느낌도 들었다. 속살이 오픈되어 있어 공기가 닿을 때 얼얼한 느낌?
하지만 그 시원한 느낌도 잠시, 코 속 점막이 붓는지 나 양쪽 코가 다시 꽉 막히기 시작했다.
하.. 맞다. 한 1주일간은 점막이 붓는다고 했어.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 2 Day 퇴원날
여전히 코막힘 때문에 밤을 세운건 전날과 같았다.
그래도 드디어 집으로 갈 생각에 기대가 크다. 집에서는 더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
오전에 교수님을 뵙고 콧속 체크 한 번만 더 하고 외래방문을 오는 주 수요일 오전에 예약을 한 후 나는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내내 흐르는 내 피콧물..
집으로 도착 후 한 보따리로 받은 약들과 코세척 재료들로 어떻게든 콧속을 나 스스로 닦아보려고 한다.
코세척 하는데 코가 꽉 막혀 물이 한쪽으로 나오질 않는다.
너무 세게 누르다가 잘못해서 귀까지 갈 뻔했다. 항상 젠틀하게 누를 것.
그래도 한쪽씩이라도 세척하는 느낌이 들어 좀.. 상쾌한 듯했다.
집으로 와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할 줄 알았는데 또 그대로 소파에서 기절.
+ 3 Day 다행히 일요일
입 벌리고 자느라 입속은 빠삭하게 마른 상태.
입속은 물론 콧속도 굳은 피와 함께 딱딱하게 말라있었다.
꿈속에서 이 마르고 찝찝한 입속을 어떻게든 달래주기 위해 Twix를 편의점에서 골라 캐러멜크런치한 초콜릿바를 씹어먹으려고 했는데 역시 꿈이라 달콤한 맛은커녕 침이 고이지도 않았다.
바로 일어나 이를 닦고 처방받은 워시로 입을 헹궈 꿈 twix로 만족하게 해주지 못했던 찝찝한 입속을 달래준다.
... 수술직전 넘버투를 해결하고 3일 만에 다시 온 넘버투 소식. 반가웠다. 아무래도 전신마취와 긴장감 때문에 변비가 온 것 같았는데, 역시 나의 장은 훌륭하게 다시 회복하였다.
코가 꽉 막히고 아직도 입으로 숨을 쉰다. 오른쪽 코에서는 진물+콧물+피가 섞여 계속 흘러내린다.
요가매트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코피가 옆으로 흘러 베개 위에 흥건히 고여있었다. 하. 퇴원 후 평상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가? 코피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
아직 3일밖에 안 지났지만 코막힘에서 숨 못 쉬는 게 너무 답답하다.
다행히 일요일이라 집에서는 휴지를 안고 닦아낼 수 있지만.. 이대로 헬스장이나 회사에 가는 건.. 상상도 못 하겠다 ㅠ
내일은 좀 괜찮아질까?
저녁에 코세척을 시도하지만 오른쪽 콧구멍이 너무 꽉 막혀 물이 반대편으로 나오기는커녕 그냥 앞으로 쏟아진다.
이 꽉 막힘.. 더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질 않아 답답하다.
+ 4 Day 월요일.. 운동 가고 싶었지만 오늘은 패스. 그리고 재택
평일이지만 8시까지 늦잠.
보통 같으면 새벽 6시까지 체육관에 가지만 도저히 갈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수술 후 1주일 동안은 못 갈 것 같다.
코는 아직도 꽉 막히고 오른쪽 콧구멍에서는 피 섞인 콧물이 나와 밤새 잠을 설쳤다.
오전에 코 세척을 할 때에도 물이 다른 쪽으로 흘러나오지 않을 만큼 코가 단단히 막혔다.
샤워를 해도 수증기로라도 뭔가 코다 뚫릴법한데 더 나아지지 않게 꽉 막혔다.
오전 코세척, 그리고 점심을 준비하는데 어..? 은은하게 점심밥을 조리하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살면서 맡아보지 못한 내 콧속 냄새.. 이것은 쇠냄새 인가 마른 피냄새 인가 아니면 4일 동안 내 콧속에 묵혀있는 점액과 피 콧물을 흡수하고 있는 녹는 솜의 냄새인가.. 너무나도 처음 맡는 냄새라 약간의 위화감과 구역질이 살짝 났다.
수술 후 4일이나 지났는데.. 점막의 붓기.. 코막힘이 전혀 좋아질 징조가 보이질 않는다.
좋아지기는 할까? 회복이 가능할까? 코막힘이 만성으로 이어져 죽을 때까지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 걸까?
일단.. 수술은 그냥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특히 얼굴 쪽 수술.
수술 안 하면서 살 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 숨 잘 쉬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다 칼을 대는 거는 정말 아닌 것 같아.
축농증 그까짓 거. 버티면서 살 수 있잖아?
...
아니야 이제 4일째야. 분명 회복이 다 끝나면 신세계가 찾아올 거야.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거야. 회복하자. 단백질 많이 먹어주고 푹 쉬면서 회복하자고.
그래야 운동도 빨리 복귀하지.
괜한 걱정..!
빨리 외래방문을 기다리고 그때 교수님이 나의 상태가 어떤지 한번 보자고. 두밤만 더 버티자.
'유지어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D-34] 어제보다 -400g. 2틀만에 -800g. 일반식 먹고도 체지방 뺄수 있을까? (1) | 2024.05.06 |
---|---|
[D-35]여성 피트니스 대회 준비 다이어트, 공복 몸무게 정체기 극복하게 해준 4가지 비결! (1) | 2024.05.05 |
[만성 축농증 내시경 수술 후기 1편] - 수술전날입원, 준비물, 수술 설명 및 주의사항 솔직 기록 (쓸데없는 디테일 포함) (0) | 2023.09.10 |
Day 42. 꾸준한 스트레칭, 그리고 교정된 골반 (0) | 2021.11.15 |
Day 41. 담 걸렸다. (0) | 2021.11.15 |